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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의 모순된 뿌리

스팀잇은 대의 민주주의 체계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다양한 유저들의 의견들을 유연하고 폭 넓게 받아들이기 위함이자 소수의 큰손들의 영향에 벗어나기 위함이다. 정말 이상적인 시스템임이 틀림없으나 대의 민주주의는 스팀잇에 접목되지 말았어야 했다.

스팀잇의 아주 느릿한 변화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각가지의 의견들을 민주주의 시스템을 통해 점검하고 종합하고 실질적인 결과물로 보여주기까지 정말 많은 돈과 시간이 든다. 다시 말해 스팀잇은 시민다운 생활을 하기 위한 생태계로선 바람직할 수 있을지언정 ‘상품’으로서의 투자가치는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위의 특성들을 재고해 볼 때 우리는 하나의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스팀잇 에서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기존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자유시장을 저해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생활하는 민주주의 사이버 공간이자 결국은 상품이라는 두 개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 스팀잇은 ‘사회’와 ‘시장’이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스팀잇은 치고 올라오는 다른 경쟁회사들에 대비하여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환경 속에 자라고 있지만 결국 내재하는 민주주의 체계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아이러니 한 것은 민주주의 체계로서도 스팀잇은 위험한 가정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기존 민주주의는 사회가 평화롭게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체계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는 사회 구성원들이 항상 있을 것이라는 인류의 존속이라는 거대한 가정이 함축되어 있다. 하지만 스팀잇의 유저는 항상 있지 않을 것이다. 스팀잇은 어디까지나 시장이고 가치에 따라 하루 단위로 줄어드는 포스팅 수와 늘어가고 있는 비활성화 유저들이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실정에서 시장으로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매력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결국 스팀잇의 대의 민주주의를 계승할 다음 세대도 사라진다는 뜻이다.

결국에 스팀잇은 이상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시장에 친화적인 변화를 택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결국엔 시장의 큰 틀에서 작동하는 스팀잇은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의 모순된 뿌리를 잘라야만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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