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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 #7] 원곡 위에 쌓이는 편곡 < Take Five >

오랜만에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를 가져왔어요.
오늘 소개해드릴 곡은 제목은 몰라도 음악을 들으면 누구나 안다는 그 곡, < Take Five >입니다.


< Dave Brubeck Quartet - Take Five >

경쾌한 드럼 연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 처음 발매했을 때 5박자를 사용한 재즈 곡으로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 곡은 5/4박자입니다. 한 마디에 4분음표가 5개가 들어가는 것이죠. 이 노래에서는 5박을 3박+2박 패턴으로 나눠 반복적으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하나둘셋, 하나둘 / 하나둘셋, 하나둘

처음엔 생소하겠지만 음악을 따라가다보면 금방 익숙해질 거에요.


대개 연주곡 형식을 분석할 때는 A , B와 같은 알파벳 레터를 씁니다. 이 레터들은 대개 8마디 단위로 바뀌곤 하는데요. 이 곡은 AABA의 형식을 가지고 있어요. 마디를 세기 힘들다면 그냥 음악을 들어보면 됩니다. 처음 나왔던 멜로디가 한 번 더 반복되고, 새로운 멜로디가 나오고, 처음 나왔던 멜로디가 다시 나오는 것. 그게 바로 AABA 형식입니다. (상당수의 Jazz Standard 곡들은 이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AABA 형식, 이 곡의 멜로디 뒤에는 처음 듣는 낯선 멜로디가 나오는데요. 이것이 재즈에서 말하는 솔로입니다. 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특징이 솔로입니다. 솔로는 헤드의 코드 진행을 바탕으로 연주자들이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이에요. 이 내용은 재즈 감상에 있어서 필수적인 내용이라 조금 설명을 덧붙입니다.


< 학교종이 땡땡땡 >을 Jazz Standard 곡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이 곡의 처음부터 끝이 바로 '헤드'가 됩니다. 이 헤드의 마디 수와 코드 진행을 바탕에 두고 연주자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해 연주하는 것입니다. 솔로의 길이, 솔로의 패턴은 연주자들의 마음입니다. 중요한 것은 음악이 끝날 때는 반드시 다시 헤드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일반적인 재즈 곡은 헤드 - 솔로 - 헤드의 형식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Take Five에서는 일반적으로 재즈에서 쓰이는 Solo 형식이 아닌 특이한 형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래의 재즈는 솔로 진행이 헤드의 곡 형식과 같이 AABA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곡은 인트로(~0:20) - 헤드(~1:02) - 알토 섹소폰 솔로 이후엔 A파트의 피아노 패턴과 드럼 연주를 반복하며 곡을 진행합니다. B파트가 나오지 않으면서 A파트를 그대로 길게 반복하는 형태지요. 그렇게 곡이 진행 되다 4:22 초부터 헤드가 다시 나옵니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라는 헤드 연주가 끝났으면 솔로는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의 코드 진행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야합니다. 그런데 이곡은 이런 식입니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원곡과 비교할 작품은 Geroge Benson의 < Take Five >입니다.

George Benson의 Take Five는 1974년 발매된 < Bad Benson >에 수록된 곡입니다.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원곡이 가지고 있는 5박 패턴의 변화입니다. 3박+2박 패턴을 유지하면서 원곡과는 다른 리듬 패턴을 만들었네요. 앞의 3박은 원곡과 같은 리듬을 쓰고, 2박에서는 살짝 리듬을 변형시켰습니다. 또 원곡에서 피아노가 담당하던 주 리듬을 기타가 맡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헤드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원곡과 똑같은 송폼의 헤드 연주, 그 후에 이어지는 조지 벤슨의 기타 솔로가 인상 깊습니다.

말씀 드렸듯, 재즈 스탠다드 솔로는 원곡의 헤드 진행을 그대로 따릅니다. 하지만 조지 벤슨의 솔로는 계속 A파트 8마디 진행으로만 연주됩니다. 솔로의 후반부로 가면 A파트의 코드 진행으로 Build Up까지 시킵니다. 조지 벤슨의 기타 솔로를 듣고 있으면 숨이 넘어갈 것 같습니다. 'B파트를 얼른 달라고!!'

A파트의 코드 진행으로만 쉼 없이 달려오던 기타 솔로 말미에 살짝 코드가 바뀌면서 관 파트가 시동을 걸어줍니다. 그리고 Take Five에서 가장 유명한 B파트 멜로디가 관현악과 함께 나옵니다! 무려 2분이 넘는 긴 솔로 뒤에 나오는 반가운 멜로디입니다. 긴장의 연속, 빌드 업이 길었기 때문에 익숙한 멜로디가 나올 때의 카타르시스는 배가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을 들을 때마다 양탄자를 타고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이 들어요. (관악기의 연주 기법이 그런 느낌을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피아노 솔로로 이어집니다. 피아노도 A파트 8마디 진행으로 연주됩니다. 피아노 솔로 뒷부분에는 현악기가 슬쩍 들어오지만 B파트의 멜로디가 나오진 않아요. 짧은 라틴 리프가 나온 후 다시 헤드로 돌아옵니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땐 원곡과 다른 편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곡을 분석하다 보니 오히려 원곡을 닮아있는 편곡이라 재밌었어요. 저는 주로 편곡을 할 때 원곡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남기고 싹 뒤집어엎는 걸 좋아합니다. 조지 벤슨의 Take Five를 통해 원곡의 좋은 모티브를 유지하면서도 색다르게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 곡에선 기타와 피아노만 솔로를 합니다. 기타 솔로 뒤에는 B파트 헤드 멜로디가 나왔고, 피아노 솔로 뒤에는 헤드 멜로디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왜 같은 구성인데 다른지 고민해보는 걸 좋아해요. 제 추측으로는 앨범의 메인 아티스트가 누구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조지 벤슨 앨범이라 조지 벤슨 솔로 뒤에 누구나 아는 익숙한 멜로디가 나왔다는 간단한 추측이죠. (물론 피아노 솔로 뒤에 헤드가 이어질 테니 일부러 변주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피아노 연주자가 누군지 궁금해 찾아봤더니 Kenny Barron이더군요. 캐니 배런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 계속 찾아봤습니다. EP 연주를 하는 캐니 배런은 처음 봤어요. 솔로에 에너지가 넘친다고 느끼긴 했지만, 키보드를 두드리는 케니 배런을 생각하니 무척 낯설더군요. 제 마음 속에 케니 배런은 피아노 앞에 앉아서 무심한 듯 무지막지하게 빠른 연주를 하는 이미지인데 말이죠.

< Kenny Barron - I Mean You >


이번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 이야기는 제목에 충실해지려 노력했습니다. 최대한 쉽게 풀어내려 노력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론적인 내용을 쉽게 설명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제 글을 이해 못 하셨더라도 음악을 들어서 좋았다면, 그것만으로도 무척 좋아요. 앞으로 재즈를 들으실 때, 헤드와 솔로를 한 번 구분해보세요! 솔로를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여기가 솔로고, 여기가 헤드라는 것만 알아도 훨씬 즐거운 재즈 감상이 된답니다:)

Personnel

(1959) Dave Brubeck Quartet - Time Out

Dave Brubeck – piano
Paul Desmond – alto saxophone
Eugene Wright – bass
Joe Morello – drums

(1974) George Benson - Bad Bensson

George Benson - guitar
Phil Upchurch - guitar, electric bass, percussion
Kenny Barron - piano
Ron Carter - bass
Steve Gadd - drums
Garnett Brown, Warren Covington, Wayne Andre - trombone
Paul Faulise - bass trombone
Alan Rubin, Joe Shepley, John Frosk - trumpet
Phil Bodner - English horn, clarinet, alto flute
George Marge - English horn, flute, piccolo flute
Ray Beckenstein - flute
Al Regni - flute, clarinet
Brooks Tillotson, Jim Buffington - French horn
Margaret Ross - harp
Alan Shulman, Charles McCracken, Frank Levy, Jesse Levy, Paul Tobias, Seymour Barab - cello
Don Sebesky - arranger, conductor


(그냥 끝내기 아쉬워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조지 벤슨의 Take Five는 론 카터의 베이스 연주도 예술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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