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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나를 울리는 말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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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에는 명상 시간도 있다


요가를 하면 몸매 라인이 예쁘게 잡히고, 유연성을 회복할 수 있으며, 군살 없이 건강한 몸을 가지게 된다고들 한다. 내 얘긴 아니다. 산 증인이자 경험자로서 이런 요가의 장점에 대해 침을 튀기며 자랑하고 싶지만, 정말 애석하게도 난 아직 막대기처럼 뻣뻣하고 균형 잡기를 힘들어 한다. 아무튼 요가가 예쁜 몸매나 다이어트에 좋다는 얘기 때문에 요가를 한다고 하면 으레 '운동'을 떠올리는 것 같다. 그런데 아마도 잊고 있었겠지만, 요가에는 명상 시간도 있다.

원래 요가라는 게 몸과 마음의 평화와 균형을 중시하기 때문에 몸만큼이나 마음에도 관심이 많다. 요가 동작을 할 때도 남과 겨루듯이 경쟁하지 말라고 한다. 누가 더 어려운 동작을 할 수 있는지, 누가 더 오래 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지. 요가는 1등을 가리는 경기가 아니다. 자세 하나를 취할 때도 내 몸과 마음에 집중을 하게 만든다.

클래스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내가 듣는 요가 수업에서는 처음 시작할 때와 마지막 마칠 때 명상 시간을 준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숨을 고르며 요가를 준비하고, 끝날 때는 바닥에 편안한 자세로 대자로 누운 채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렇게 명상을 할 때 그냥 평온한 명상 음악만 틀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선생님이 조용한 음성으로 말씀을 해주시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선생님의 말씀이 참 좋다.


나를 울리는 선생님의 말씀


내 마음에 울림을 줬던 선생님의 말씀들을 여기에 옮겨본다. 대개 요가 수업 끝자락에 이런 말씀들을 해주신다.


Let the light inside me guide the light inside you.
내 안에 있는 빛이 여러분 안의 빛을 안내하게 해주세요.

Breathe in through your nose, breathe out all the negativity.
코로 숨을 들이쉬고,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내쉬세요.

Thank you for your effort and energy.
오늘 요가를 하느라 노력해주셔서 고맙습니다.

It's a privilege and honor to teach you.
여러분을 가르치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Now step into your best version of yourself.
이제 자신의 가장 좋은 모습으로 나아가세요.

Find that thing inside you that was always available to you.
여러분 안에 항상 있었던 그것을 다시 발견하세요.


나는 특히 선생님의 저 마지막 말씀이 참 좋았다. 내가 무슨 고민을 하건, 어떤 해답을 찾아 헤매건간에 그 답은 항상 내 안에 있다는 말, 그리고 그건 항상 내게 열려 있었다는(always available)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아, 교실 바닥에 누워 눈감고 이 말 듣는데 눈물 날 뻔 했다.

또 "Thank you for your effort and energy. 오늘 요가를 하느라 노력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문장도 좋다. 안 되는 포즈를 하느라 낑낑대고, 안될 걸 알면서도 이리저리 시도해보다 중심을 잃고 휘청이고. 그럴 때마다 약간의 자괴감도 들 때가 있는데 선생님께서 못한다고 핀잔을 주는 게 아니라 요가를 하느라 애쓰고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해주시니 정말 큰 위로가 된다. 요가는 나 좋으라고 하는 건데 왜 선생님이 고맙다고 하시나.

"It's a privilege and honor to teach you. 여러분을 가르치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 말을 들을 때면 나도 속으로 "아니에요. 제가 더 영광입니다."라고 외치곤 한다. 물론 속으로 외치는 거라 그냥 우리말로 한다. 수업 끝나면 영어로 "Thank you."라고 하긴 하지만.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선생님의 말씀


그런데 이런 감동적인 말들 말고 나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말씀들도 있다. 눈감고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다가 이런 말을 들으면, 아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지? 싶어 갸우뚱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


Breathe behind the back of your eyes.
눈 뒤쪽으로 숨을 들이쉬세요.

Breathe through the belly button.
배꼽으로 숨을 들이쉬세요.


숨은 코로 (코가 막혔을 때는 입으로) 쉬는 거 아니었나? 도대체 눈 뒤쪽으로 숨을 들이쉬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 배꼽을 통해 숨을 쉬는 건 또 어떻고?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무슨 소린가 싶어서 살며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평온한 표정으로 눈감고 가부좌를 튼 채 숨을 쉬고 있다. 어리바리하게 눈 뜨고 둘러보는 건 나뿐이다. 아마도 다들 눈 뒤쪽으로 숨을 쉬느라 바쁜가 보다.

어쨌든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과 더불어,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선생님의 말씀 때문에 요가가 더욱 기다려진다. 언젠간 나도 눈 뒤쪽과 배꼽으로 숨을 쉬는 날이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