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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도 그렇게 자랐으면 좋겠다

주말임에도 신랑은 출근을 했다. 여독에다 회사 체육대회에서 죽자고 뛰었더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엄마는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고, 애 셋을 누가 봐줄 사람도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독박육아를 했다.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열심히 뛰었는지 후회가 말도 아니었다. 게다가 우리팀은 큰 격차로 패했다. 온 몸에 파스로 도배하고 대한민국 워킹맘은 또 이렇게 주말에도 쉴수가 없다.

애 셋이 어질러대면 금방 치워놓은 방 세개가 한시간도 안되어 초토화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너무 너저분해 치워 놓고 돌아서면 우유나 장난감을 쏟아 금새 원 위치가 된다. 열심히 치운다고 치웠어도 신랑이 퇴근했을 때 집안 꼴이엉망진창이니 하루종일 청소도 안하고 쉬었다 생각하기 딱 쉽상이다. 역시 세상에서 제일 티도 안나는 일이 집안 일임이 실감이 된다.

저녁만큼은 집에서 먹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신랑을 꼬셔 애 셋을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둘째까지 태우는데 전혀 문제없던 웨건도 셋을 태우니 그 무게가 꽤 된다. 그래도 역시 봄은외출의 계절이다. 밖으로 나온 녀석들은 물만난 고기 그 자체다. 저녁은 삼겹살~ 역시 고기는 진리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나오니 어느새 어두움이 짙게 깔렸다.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오기위해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고등학생쯤 되어보이는 한 학생이 한 할머니의 뒤를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할머니의 행상거리를 부지런히 들고 나르는 모습이 눈에 뛴다. 팔순은 훨씬 넘어 보이는 할머니는 허리가 거의 기억자로 굽어 있었고 그 굽은 허리로 이것저것을 들고 나르고 있었다.

저녁 여덞시가 넘어가는 시간이기에 나는 행상 나온 할머니와 손자가 행상을 정리하기 위해 짐을 옮기는 것이라 짐짓 넘겨집으며 저들에게는 또 무슨 사연이 있을까, 저 학생도 조부모 손에 키워진것일까 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학생은 한동안 한쉬도 쉬지 않고 왔다갔다 하며 물건을 옮겼고 할머니 손에 컸어도 참 바르게 자랐구나 싶었다.

건널목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짐을 다 옮겼는지 학생과 할머니 사이에 실갱이가 벌어졌다. 알고 보니 그 학생은 그저 지나가는 행인이었던 것이다. 할머니가 힘들게 행상을 옮기시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드렸나 보다. 그런 학생이 못내 고마웠는지 할머니는 괜찮다는 학생의 손에 팔고 있던 딸기 한상자를 건네시며 둘 사이에 실갱이가 벌어진 것이다.

내가 고마워서 그래. 어차피 이거 오늘 팔지도 못해서 내가 가져가야 해. 그러니 하나 가져가 먹어
아니에요. 근데 할머니 어디까지 가세요? 더 멀리 가시면 제가 좀 더 도와드릴께요.
아니야.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아들이 차로 데리고 올거야.

한사코 딸기 한상자를 학생의 손에 쥐어 주시는 할머니와 한사코 마다하는 학생의 모습을 보니 너무 흐믓해서 내가 그 딸기값을 지불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지만 수중에 현금도 없었고 그 대화에 낄 용기가 없었다.

할머니의 마음을 더 이상 거절할 수 없겠다 싶었는지 학생은 머슥해 하며 딸기 한 상자를 받아서 간다. 학생에게 다가가 혹시 어디 학교에 다니냐고 이름이 무어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래 놓구서는 지금까지 후회가 된다. 사진이라도 찍어 이런 미담은 학교에 알렸어야했는데 싶어 말이다.

아직도 팔다 남은 딸기가 몇상자나 되던데...현금이 없어 길을 건너 가면서도 마음에 걸렸는데 먼발치서 보니 누군가가 할머니의 남은 딸기 상자를 큰 비닐에 담고 있었다. 누군가가 떨이로라도 할머니의 딸기를 다 사주었기를 바라는 맘으로 발길을 돌렸다.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불쌍한 사람이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기꺼이 도와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
드러내 놓고 선행을 베풀기 보다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내가 조금 피해를 보더라도 마음으로 웃으며 자신을 칭찬해 줄 수 있는 사람

우리 아이들이 그런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어제 내가 만난 마음 따뜻한 그 학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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