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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 이야기] 번호 일기 (feat. @gopaxkr 사전 투표 후기)

by @dabok


1. 일기를 쓴지 10여일이 지났다. 그동안 틈틈히 간호사 이야기도 쓰고, 육아이야기도 썼지만 내 이야기를 못해 입이 근질근질.. 속이 근질근질.. 손이 근질근질거렸다. 스팀잇을 하면서 내 생각들을 글로 적으려면.. 내가 있었던 일들을 글로 적으려면 어떻게 적을까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페북에다가도 적을 때도 생각은 했었지만 스팀잇을 하면서 더 심화되어진것 같다. 작가가 되고 싶은건 아니나 내 이야길 누군가가 읽을 수 있게 적는다는게 이렇게 중독적인지 몰랐다. 그래서 사람들이 책을 내나... 싶다. 그렇다고 내가 책을 내고 싶진 않다. 안팔릴게 뻔한지라..


2. 스팀잇에 중독되어 어머니에게도 스팀잇을 권했다. 예전엔 홈페이지도 만들고 하셨던 분이라 등록만 해주면 잘 하겠다 싶어서 일단 내가 아이디를 만들고 가입인사글을 대신 올려줬다. @hanall이라고... 댓글도 내 컴퓨터로 쓰고 했었는데... 본인께서 완전히 넘겨달라고 하셔서 넘겨 드리려 했는데... 저장해놨던 비번이 안맞는다. 망했다. 가입인사 하나 올려놓고 이 아이디는 못쓰게 되었다. 글 올리실거라고 사진 잔뜩 찍어놓으셨던데....  대체 이 비번은 어떻게 새로 받아야하는 것일까? 아시는 분 있으면 좀 가르쳐주세요. 


3. 내일이면 지방선거날이다. 빨간날이지만... 빨간날은 내가 일하는 날이다. 그래서 사전선거를 했다. 이왕 했는김에 인증샷도 올리려고한다.  @gopaxkr 에서 이벤트 한다던데 나도 응모해보려고... 사진 찍어두길 잘했다. 사실 국민투표로또도 해보려고 열심히 찍었던것인데.. 일타 이피가 되었으면 좋겠다.

옆에 손은 이호의 손이다. 투표하는데 따라가겠다고 해서 데리고 가서 이것저것 말해주면서 손에 도장도 찍어줬더니 좋아라했다. 내 설명은 아마도 알아듣지 못한 것 같다. 


4. 6월 말쯤에 신랑과 함께 쉬겠다고 오프 세개를 연달아 신청했더니 쉬는 날이 주1회 밖에 안되서 피로를 풀 새도 없이 계속 쌓이고 있다.  일하는 사람 수도 모자라 오프 2개도 짤리는 바람에 더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얼마전엔 정말 이렇게 갈 수도 있겠구나 싶은 증상을 느끼면서 오래간만에 죽음에 대한 상상을 했다. 출산하기 위해 수술대에 누울때 마다(일호 빼고. 그땐 너무 정신없이 끌려가서 수술한 터라..) 과다출혈로 죽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때랑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뒷목이 이렇게 땡기다가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오면.. 죽는 것 보단 장애가 생길텐데.. 하면서 참 괜히 알아서 더 쓸모없는 상상들을 했다.  아는게 항상 힘이되진 않는것 같다. 


5. 피로가 계속 쌓이니 아이들에게 잠자는 시간이 다가오면 더 화를 내고 있다. 불쌍한 아이들.. 어제는 분명 아침 일할때 봉지커피를 두개 타 먹고 바쁜 월요일 업무를 끝내고 집에 와서 짜장밥을 요리하고 애들한테 밥을 줄때까진 괜찮았는데...  밥을 먹고나서 식곤증으로 더 피곤해져서인지.. 커피빨이 떨어져서인지...  그분이 갑자기 찾아오셨다. 설거지를 하면서 말을 안들어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난 왜 이렇게 애를 많이 낳아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고 있지? 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 원인이 다 신랑 탓으로 생각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적이 몇번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서도 나 스스로를 다독이고 설득하고 있는 한 분이 또 계셨다. 내 안에 둘이 싸우고 있는 듯한. 한분은 격렬하게 아이들의 말 안들음과 신랑을 비난하고 있었고, 한분은 신랑도 힘들고 아이들은 무슨 잘못이며 그냥 지금은 피곤해서 드는 생각일 뿐이라고 날 다독이고 있었다. 그러다 요즘 고집터지는 사호가 맘에 들지 않는 잠옷을 입었다고 꽤나 오래 목청 높여 소리쳐 울며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는데 보다보다 참지 못해서 엉덩일 때리면서 그만 울라고 했다. 그걸 보던 삼호가. "엄마 나빠" 라며 날 나무랬다. 그래.. 자기 눈에도 엄마가 나쁜짓을 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이야기 했을텐데.. 그 말을 들은 순간 내 안에서 비난하던 분이 이겨버렸다.  갑작스런 훈련으로 몸이 아픈 신랑이 아픈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에 앉아 있는 것도 맘에 안들었고, 울고 있는 사호도 맘에 안들었고, 같은 말을 최소 다섯번 이상은 반복해야 겨우 말을 듣는 일호, 이호도 맘에 안들었으며, 누나들 사이에 기어다니던 오호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엄만 나쁜 엄마니깐 나가줄게!! 너네들끼리 잘살아!!!

라고 소리쳤더니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 챈 신랑이 부리나케 화장실에서 나와 내 다리와 팔을 붙잡으며 안된다고 소리치고, 아이들도 나가면 안된다고 소리치고 난리다.  그런데 하필 신랑이 그날따라 아픈 손목을 잡아 당기는 바람에 

아프다고!! 놓으라고!!

라고 소리치고는 중문을 열고 나왔다. 사실 갈 곳도 없고.. 나오는 그 짧은 몇초동안 내가 이렇게 나가 버리면 우리 애들이 얼마나 상처받을까.. 엄마라고 마냥 믿고 의지하고 있는데.. 마냥 애들같이 못하고 눈치보면서 살게 되면 어떻하나.. 불안에 떨며 살면 어떻하나.. 별별 생각이 다들었으나 일단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현관문을 열고 나와서 밖에 있던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고 다시 들어갔다. 한 30초도 안걸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음식물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신랑이 재우지 않는 나머지 애들을 재웠다.  사람은 정말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구나란걸 알았다. 그러고는 애들을 다 재우고 신랑 옆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출근 시간이었다. 

6. 어제 그 난리를 치고 오늘은 병원에서도 비교적 조용하게 일하고 오는길에 오호를 데리고 집에 와서 똥기저귀를 갈아주기위해 새 물티슈 뚜껑을 열었는데 거기에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쓰지 말아요. 이미 좋은 엄마에요.

란 글귀에 작은 위안을 받아 날 매력적이게 만드는 집안일 따윈 좀 버려두고(@megaspore님 조언 덕분), 마침 내일 쉬는날 (물론 나는 일한다.)이기에 치킨을 시켜 먹고 애들에겐 영화를 보여주었다. 오늘은 상냥한 엄마로 마무리 하겠거니 했는데........ 오늘도 글렀다. 이놈들이 잠을 안자는 바람에.... 


7. 오늘 점심을 먹는데 재활의학과 과장님이랑 같이 밥을 먹었다. 먹고있는데 갑자기 

쌤 신랑 엄청 잘생겼대! 

난 내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 뭐라고요? 라고 했더니 똑같은 말을 하길래...

그때 잠깐 스쳐지나가면서 봐서 그렇다... 애들 등에 업고 양 팔에 하나씩 손잡은 모습에 잘생겨 보였던거 아니냐... 라고 했지만 내말은 귀로 들어가지 않았는지 똑같은 말만하고 있는 재활과장님. 참고로 재활과장님도 아줌마다. 

퇴근 길에 갑자기 생각나 신랑에게 톡으로 보냈더니...

누구더라
 아...전에 만난분
역시 배운분은 바로 알아보는구나
 말해보면 지적이다 했을테고
 좀더 알아가면 완벽하다 했겠지
 배운분이네

란다.  깔깔깔이다.


8. "언어의 온도" 책이 드디어 도착했다. @holic7님의 독후감? 을 읽고 나도 꼭 읽어봐야지 해서 신랑에게 주문했는데 그 이후에 주문한 책들이 미리 도착하고 이책은 제일 나중에 도착했다.  읽어야지. 내일부터 읽어 보련다. 무식하게 작가의 이름이 이기주인줄 모르고 이기주의로 잘 못 읽어서 왜 갑자기 이기주의가 나오지? 란 이상한 생각을 했다. 독후감은 꼭 올리리라. 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니깐~ 


9. 신랑의 전역이 6개월 남았다. 동대장이란 사람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물으며 한다는 말이 "이제 얼마 안남았는데 어떻게 살지 이미 계획이 있어야하는거 아니냐" 란다. 지들이 취직 시켜줄것도 아니면서 한다는 말이 고작...  그런 고민은 당사자가 더 많이 하고 있을텐데란 생각은 안하나보다.  뭐 대충 들어보니 일도 잘 안하는데 남의 생각따위 할까 싶다. 6개월 후면 뭐가 바뀌어 있을까? 뭐 안되면 내가 벌면되긴 하긴하지만.. (사실 지금도 그러곤 있지만..) 그냥 신랑이 좋아하는 일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조금 벌면 뭐 좀 아껴쓰며 살지 뭐. 지금도 어떻게든 살고 있는데 그때도 그럴 수 있겠지. 


10. 이렇게 저렇게 적고 싶었던 말이 많은데 다 못 적은 것 같은데 벌써 10번이다. 넘 많이 적어도 소위 가독성이 떨어지겠지 싶어 여기까지만 적어야겠다. 12일에 적기 시작했는데 13일이 되어버렸다. 내일은 이브닝 근무라 늦잠을 잘 수 있지만... 오호가 아침일찍 일어나겠지.. 그래도 뒹굴뒹굴 누워서 놀아주면 되니깐 맘은 편하다.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데 옆에서 신랑이 애교를 부린다. 보통이 아니다. 역시 연하랑 살길 잘한 것 같다.  내가 늙어서 쭈굴쭈굴 할머니가 되어도 이랬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