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content was deleted by the author. You can see it from Blockchain History logs.

제이미의 일상기록 #40


ddd.JPG

공기 상태도 어정쩡하고 찌뿌둥한 것이 마치 봄의 안 좋은 면은 다 모아놓은 것 같은 날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황사와 더 심한 미세먼지가 와야 최약의 봄날이겠지만...요즘 피로가 좀 쌓여서 그런지도.

요즘 스스로 너무 많이 자는 것 같아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그래봤자 아홉 시간 정도 자는 것 같다. 반신욕기에 앉아서 자다가, 새벽에 깨어서 세수하고 다시 자는 날이 계속 이어져서 그렇지, 잠을 특별히 더 많이 자는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오후 5시쯤에는 두 시간 정도 눈을 붙여야겠다 생각하고 몬티만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정확히 두 시간 뒤에 눈을 떴다.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피곤하거나 한 상태는 아니라는 뜻이다. 근데 피곤하게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레몬과 깔라만시를 넣은 물을 너무 마시다 보니까 속이 안 좋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푹 쉬었다. 늦게 잠들거나 앉아서 잠드는 일 없이, 제 때 자러 가려고. 밤낮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똑같이 자도 피곤해진다.

그런데 오늘은 좀 이상했다. 나만 피곤한게 아니라, 창 밖으로 보이는 길도 유별나게 한산했다. 마치 월요일 같은 느낌. 어제보다 더 월요일 같은 느낌이다. 물론 집에서 일하는 내게는 월요일이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어딜 가도 조용하고 한산해서, 가장 선호하기까지 한다. 좋아하는 가게들 중에서 월요일에 닫는 곳들이 꽤 되는데, 그만큼 소비가 제일 없는 날이 월요일인가 보다. 어쨌든 그래서, 바깥에서 하는 일도 월요일은 쉬겠다고 요청할 생각이다. 내게 월요일은 주말과도 같다.

그대로 창을 열면 느껴지는 공기는 아직 바삭하니 시원해서 좋다. 그리고 밤은 제법 좋다. 아카시아인지 뭔지 모를 꽃향 같은 것이 계속 나곤 하는데, 좀 있으면 벚꽃도 필 것 같다. 벚꽃 명소는 물론 아니지만 집 앞 거리에도 벚꽃 나무가 죽 늘어서 있어서, 편의점에 걸어갈 때의 느낌은 꽤 좋을 것이다.

그나저나 방에서 너무 푹 자서, 제때 잠이 올지 모르겠다. 몬티는 나보다 더 곤하게 잤는데, 사람처럼 내게 팔베개를 하고 한참 재롱을 떨다가, 나중에는 그냥 그 자리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면서 붙어서 잔다. 내가 방에서 나와도 그냥 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 10분쯤 있다가 문을 열어주면 혼자 있기는 싫은지 나오려 서 있다. 주로 몬티의 아들 딸들이 방 밖에 바짝 붙어서 아빠를 기다리듯 서 있는데, 그럴 때는 방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오늘처럼 내가 들어가서 안고 나올 수 밖에 없다.

나는 꿈을 꾸는 일이 거의 없이 푹 자는데, 사춘기 때 딱 한번 가위에 눌린 적이 있다. 아마 가슴에 놓인 손을 치울 수 없고, 불쾌하게 생긴 노란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꿈이었는데, 사실 그 얼굴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편이다. 얼마 전에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얼굴의 그림을 발견했다.


800px-Nicolai_Abildgaard,_Richard_III_farer_op_af_lejet_skrækslagen_af_drømmesyner,_uden_datering,_0185NMK,_Nivaagaards_Malerisamling.jpg

대충 이런 찢어진 눈과 노란 피부를 한 얼굴이었는데, 머리 스타일은 완전히 동양적이었다. 조선 시대 대신과도 같은 머리와 모자(?)였으니까.

이 그림은 셰익스피어가 쓴 리처드 3세의 한 장면을 그린 것으로, 주인공의 악몽을 나타내는 것이다. 매우 어릴 적에 한글로 번역된 리처드 3세를 읽은 적이 있는데, 리어 왕이나 햄릿보다 훨씬 더 슬프다고 생각한 기억만이 남아 있다. 그 후로는 다시 찾아볼 기회가 없었는데,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2세가 흔히 회자되는 것을 보고 3세의 존재는 내 착각이었나 생각까지 잠시 들었다. 리처드 3세에 대한 역사는 익숙하니까, 셰익스피어 극을 본 것으로 혼동한 것이 아닐까 했던 것이다. 게다가 영어를 할 수 있게 되기 이전 아주 어릴 때였기 때문에 충분히 착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실상은 2세3세도 다 연극이 맞다. (그 사실을 확인하면서, 내 악몽 속의 얼굴과 비슷한 저 그림도 덤으로 찾았다.) 조만간 3세를 한번 찾아서 읽어 봐야겠다.

겨울이 벌써 그립고, 여름이 걱정된다. 에어컨으로 시원하게 보낼 수는 있다지만, 종일 에어컨 바람에 노출되는 것도 고역이다. 저녁이 되면 바닷바람의 시원함을 얻는 대신 모기에게 피를 내주어야겠지. 물론 막상 그럴 때가 되면 그것도 재미있다. 바닷물에 잠기는 느낌도 괜찮고,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와 추운 가을, 겨울도 좋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봄이 제일 별로인 것 같다. 아, 한 가지 장점은 식물을 키우기에 가장 쉬운 계절이라는 점인데, 그거나 위안 삼아야겠다.

고정된 시간의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 다른 풍경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가 올까도 생각 중이다. 어릴 적부터 이미 많이 봐서 별로 여행 욕심이 없는 편인데,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겠다. 이번에는 친구들을 보거나 그러고 싶진 않고, 그냥 글만 쓰고 쉬고 싶다. 소설 공모전에 출품을 해볼 생각도 있는데, 물론 진지하게 쓰는 글이 아니라 전체연령가에 맞는 매우 상업적인 소설, 줄거리로 치면 TV 드라마 같은 글이어야 하기 때문에 과연 할 수 있을까 싶기는 하다. 어차피 현대에는 비비 꼬아만 놓았지 순문학도 그 알맹이가 대중문학과 다를 것도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쓸데없이 순문학인 척 하는 글을 쓸 생각은 없지만, 드라마 대본 같은 글도 그다지 쓰는 재미가 없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단편의 호흡은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에게 질려버리기 전에 끝나버리는ㅋ 그런데 단편도 응모가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응모를 해보려는 이유는 당연히 1. 상금 때문이고 2. 주최측에서 원하는 스타일을 구현할 수는 있을 것 같아서이다. 즉 둘 다 누구에게나 해당할 만한 이유들이다. 아, 그리고 2번에 추가해서...안 뽑히더라도 '오글미'에서 실패했다는 정도의 생각 밖에는 안 들 것이 분명하다는 점도 있다. 이미 그곳에서 당선되거나 연재하는 것들을 봐서는...떨어지는 게 신경이 쓰일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소설들도 결국 나름의 기술이고 재주의 결과이기는 하다. 게다가 21세기의 요구에 맞는 글쓰기이기도 하고.

원래는 자유연재 식으로 응모를 하게 했었는데, 이번에는 원고 제출형으로 참가 방식이 바뀌었다. 나쁘게보다는 좋게 볼 이유가 더 많지 않나 싶은데...이러면 벌써 참가 이유가 네 개는 되는 건가.

암튼...이 일기도 벌써 40회차가 되었다. 숫자 40에 대해서 좀 늘어놓아볼까 했는데 그건 다른 시리즈로 한번 다뤄봐야겠다. 절대 귀찮아서는 아니고...할 얘기가 은근히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ㅋ


KakaoTalk_20190310_201454370.jpg


KakaoTalk_20181113_135457610.jpg


Sponsored ( Powered by dclick )

dclick-imag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