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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의 일상기록 #37 / Music Box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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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값을 하느라 그런건지, 나는 어두워진 후의 시간이 (별다른 이유 없이도) 제일 즐겁다. 10대 때는 수면 시간이 뭔가 번거로운 그 무엇이었는데, 요즘은 자는 시간조차 좋다.

조명을 은은하게 해두어서인지, 조금 전 거실 바다 보이는 창 쪽에서 번개가 번쩍했을 때 더욱 놀란 것 같다. 날씨 예보를 여러 곳에서 꼼꼼하게 보는 편인데, 오늘은 그 어디에서도 말이 없었던 강한 소나기가 내렸다.

어느 바다 앞인지는 지금껏 글에서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냥 딱 내가 정한 만큼만 드러내려는 원칙을 정해놓아서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더 많은 침묵을 요하는 일이다. 어디인지 말을 안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당장의 날씨나 미세먼지 상태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을 안 해야만 의미가 있다. 오늘 비는...어차피 대한민국 땅의 절반에 이렇게 비가 온 듯 하니까ㅋ 아니, 아직 오고 있는 건가? 잘 모르겠다.

이상하게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여름 노래인데다가, 전혀 선호하는 가수도 아닌데 이 편곡은 가끔 뜬금없이 떠오른다. 아마 이렇게 빠른 속도로 가볍게 부르는 편곡이 드문 곡이라서인 듯?! 예전에 이 곡의 여러 버젼으로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좋아하는 스탠더드 중 하나다. 지금 따라 부르고 있다. 유투브를 시작하면 가끔 지금처럼 따라 부르는 뻘노래를 올릴 생각이다. 그냥, 일상이니까.

리사 오노(Lisa Ono), Moonlight Serenade

작년 3월 5일 쯤에 스팀잇에 첫 글을 쓴 걸로 기억한다. 고로 진정한 1주년이 며칠 지난 셈인데, 포스팅을 쉰 시간이 만 3개월은 족히 되는지라 사실 별로 와닿지 않는다. 조금만 더 1년 미만 뉴비 같은 느낌을 가져가고 싶다.ㅋ

원래도 글을 쓸 때 타이핑하는 시간 이상으로 드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일단 올리고 나서 의도하지 않은 비문이나 쉼표 지움을 몇 번 하는 게 내 방식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쓰다가 고양이들을 봐준다거나, 잠시 다른 생각에 빠진다거나 하는 일이 있어서 항상 후딱 끝내지는 못한다.) 글 뿐 아니라 너무 용을 써야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은연중의 원칙이 있어서다. 나는 그냥 삶 자체에 그렇게 접근하는 게 좋다. 힘 빼고 그냥, 재미가 느껴지는 선에서, 생각이든 감정이든 지금 떠오르는 것에 딱 충실하게만.

그런데 몇 달을 거의 쉬다시피 하고 재개한 요즘은 뭔가 더 손쉬워진 느낌이다. 정확히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마음이 보다 더 가벼워진 것에 가까운데, 아마도 쓰지 않은 기간이 '침묵'에 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쏟아내는 패턴을 접어두고, 그냥 할 말이 많아도 담아두는 시간을 가졌다. 기를 아낀 거라고 봐야 할지, 침묵이 금이라는 말의 의미를 좀 알 것 같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는 사람 없는 지역으로 와서 혼자 살기 때문에, 하루 동안 전화통화나 간단한 거래상의 대화를 제외하고는 어차피 무언가를 듣거나 읽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 와중에서도 글조차 쓰지 않았으니 거의 '흡입'만 한 셈이다. 의식하진 않았지만, 무슨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굴려보는 시간을 조금씩 가졌을 것이다.

가끔 가족이 집에 올 때마다, 몇 시간 이내로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평소의 침묵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같이 생활을 하게 되면, 의미가 있는 소통은 극히 제한적이다. 사실 그런 귀찮음도 감수하는 것이 가정이고 가족일 테고, 그걸 피하는 것도 일종의 비겁이긴 하지만, 이런 비겁함 만큼은 즐기고 싶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소통이 넘쳐나는 SNS 시대에서, 어차피 소통이란 과대평가 되어 있다. 그냥 일이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상대에게 소통 부재나 부족 타령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남들에게 보이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소통해요'란 댓글을 남기면서 얕은 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보기 어렵지 않다.

책을 읽을 때나 영화를 볼 때, 음악을 들을 때 과연 소통이 없을까? 애초에 작품이란 소통의 일환이고, 누군가가 그걸 수용하면서 완성이 된다. 그것도 어지간한 소통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영양가를 자랑하는.

이곳에 글을 쓴다는 것에는 그런 소통을 거친 후 남아 있는 잔상을 기록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댓글들을 통해서, 어느 창작자로부터 시작된 소통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별 의미가 없는, 장난에 가까운 반응이라 해도 반갑게 마련이다.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는 귀찮을 수 있지만, 내가 원할 때에 대꾸할 수 있는 댓글은 가벼워도 귀찮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는 온라인 상의 관계를 오프라인보다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늦은 오후에는 내일 하루 할 만한 일에 대해 협상을 했다. 결국 내가 거절하면서 끝내버렸지만, 이곳으로 이사온 후로는 처음으로 일적으로 외국인을 만날 뻔 했다. 여러 가지 고려했을 때 상대방의 예산이 너무 부족했기도 했지만, 사실 낮은 페이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걸 제시하는 것이 문제이다. 무슨 차이일까. 우선 낮은 페이는 내가 한가하고, 돈 이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라거나, 미래에 관계를 지속하기를 원할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기준이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낮은 페이를 제시하는 경우, 그 상대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일명 후려치기라고나.

조금 비슷한 일이 얼마 전에 또 있었다. 내가 맡기로 한 일이 아닌, 관련은 있지만 엄연히 내가 할 일이 아닌 것에 대해 "의견을 말해달라" "검토해달라", "어디에 좀 전달해달라"는 식의 연락을 자주 하기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 어차피 크게 봐서 내가 맡기로 한 일이 있으니, 그것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도 항상 열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내가 맡기로 한 일은 분명히 범위가 뚜렷한데, 마치 직장 동료라도 된 것 처럼 즐거운 인사를 포함한 연락을 해왔다는....

내 판단으로, 그 사람은 '가성비'를 위해서 고의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일 하나 맡기고 은근슬쩍 간단한거 더 부탁해야겠다'는 식의 의식은 없었을 거다. 그러나 뭔가 자신과 '같은 배'를 탔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게 일을 맡긴 건 그 사람의 상사다.) 심지어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고, 내가 기분 나빠할 수도 있다는 눈치를 전혀 못 채고 있었다. 내가 받은 느낌은 '무슨 비서라도 들였다고 생각하나?' 정도였는데, 솔직히 내가 남성이었거나, 딱 몇 미리씩이라도 동떨어진 이목구비를 가졌더라면 애초에 벌어지지 않았을 일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나도 설마 설마 하면서, 일단 시간이 들지 않는 간단한 부탁을 두 번 들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계속 그럴 기미가 보이길래 돌직구로 얘기했다. 무슨 출퇴근 하는 사람처럼, 그냥 수시로 부탁을 하시는 건 들어줄 수 없다고. 사실 부탁이라고도 생각지 않았던 모양이다. 같은 배를 탄 걸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니까, 진심으로.

만약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아마 나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뉴페이스가 반가운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까. 이렇게, '유부남이면서 귀찮게 구실을 만들어서 연락한다'는 식의 묘사를 조금 넘어 보련다. 나는 거부할 수 있는 입장이니 굳이 비난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당장 귀찮고, 요즘 들어 시간이 더 귀중하기 때문에 끊어버린 셈이다.

그건 그렇고, 이곳에서 글을 쓰는 일도 조금씩 그 의미가 바뀌어가는 것 같다. 나 개인적으로는 같지만, 일단 보상을 받는 패턴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임대'에 의존하게 된 것 같다. 무슨 '글로만 보상을 받자'는 순수주의는 전혀 아니다. (매우 어릴 때도, 이상주의적인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현실에서의 이상주의는 대부분 '사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딴 거는 여러가지 감정과 이익 관계, 친분 등으로 인해 애초에 성립할 수도 없는 거니까. 내 보상도 매번 글을 '검사받아서' 나오는 게 아니라, 꾸준히 지원을 해주시는 분들에 크게 의존한다. 그리고 임대 같은 것 없이 그냥 지원받을 수 있는 것들은 받는다. 글의 보상은 본업처럼 어떤 '시간과 기술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는, 그냥 쓰는 걸 재미있게 해주는 요소들 중 하나가 아닐까.

어쨌든, 난 그냥 지금대로만 하려고 한다. 제일 큰 이유는 그냥 코알못이라서다. 일단 리퀴드로 스팀을 좀 갖고 있으려고 파워다운한 분량은 저장해두었는데, 남은 천 스팀파워는 최소한의 소통을 위해서 적당한 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처럼 피드를 많이 보고 그러진 못한다. 흔적을 남겨주시는 분들(그리고 친한 사람들) 만큼은 찾아가려고 한다.

요즘은 팔로잉이 알파벳 순서로 나오지 않아서 찾기 매우 어렵다. 즐겨찾기라도 마련해야겠다.

스팀에서 스팀달러로 바꿔본 적은 있지만, 사실 난 아직도 코알못이다. 그래서 그냥 이대로 지속하려고 한다. 글 자체도 그냥, 편하게 쓰고 싶은 만큼만. 아마도 침묵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쓰는 것이 더 수월해졌다는 것은 더 재미있어졌다는 뜻일 수도 있다. 쓰는 것이 재미있는 기간 동안은 또 열심히 쓸 가능성이 높다.

너무 오래 쉬었다. 예전 (그래봤자 1년 정도 이내의) 글들을 보면, 자화자찬이 아니라 솔직히 나도 다시 읽어보고 싶은 글이 꽤 된다. 글 자체에 대해 무슨 자만심이 있어서는 아니다. 아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사실 난 글 자체를 무슨 대단한 목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 내가 내 글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의 창작자들)과의 소통'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티로맨틱' 같은 자아비판적인 일기에 해당하는 글조차도, 그냥 매일 먹고 싸고 수면하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생활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한 책벌레/영화광/음악광으로서의 삶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같은 작품들을 다시 돌이켜 본다면, 그때보다는 지금 더 다채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겠지 (아마도). 나한테는 그게 글쓰기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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