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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연재] kr-fiction BJ봉구의 흉가체험_완결


BJ봉구의 흉가체험 1회

BJ봉구의 흉가체험 2회

BJ봉구의 흉가체험 3회

BJ봉구의 흉가체험 4회

BJ봉구의 흉가체험 5회

봉구는 3일이나 방송을 켜지 않고 쉬었다. 정태에게서 오는 연락도 전부 무시했다. 3일내내 밤마다 꿈을 꾸었다. 여자의 선홍빛 눈동자, 시퍼런 입술과 그 아래 난 작은 점. 몇 번이나 이불을 걷어차며 잠에서 깼다. 도저히 카드지갑을 찾으러 갈 수는 없어 카드는 일찌감치 정지를 시켰다.

가만히 있으려니 자꾸 여자 얼굴만 떠오르고, 어쨌거나 언제까지고 방송을 쉴 수도 없는지라 봉구는 저녁에 다시 방송을 켰다. 흉가체험을 그렇게 끝내고 3일 만의 방송이라 시청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입장하기 시작했다.

-봉구야 뭐냐?

-장난 하냐?

-그렇게 끝내고 3일 후 방송! 설계 지린다!

-주작도 격이 있다. 봉구 주작은 인정해야 된다.

-봉작 인정!

-봉구야 반갑다.

-카드 어찌됐냐?

-봉구야 뭔 일 있었냐?

-썰 좀 풀어봐라.

봉구는 잠시 채팅창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고 말을 시작했다.

“형님들, 여러분들 오랜만입니다. 말도 없이 3일이나 방송을 못 킨 건 죄송한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여러분들 그게 말입니다......”

봉구는 방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진지한 말투로 폐건물에서 있었던 일들을 조곤조곤 얘기하기 시작했다. BJ정태와 짜고 여자친구 민아를 숨겨두기로 한 것부터 세세한 연출까지는 미리 짜지 않고 폐건물에 들어가게 되어 더 놀랬다는 것까지, 마지막으로 4층에서 봤던 여자의 얼굴에 대해 말한 뒤, 정태와 그 여자친구가 폐건물 근처에도 오지 않았었다는 이야길 했다. 채팅창의 반응은 뜨거웠다.

-오진다. 진짜냐?

-야 저걸 믿냐? 주작봉구다! 주작봉구!

-봉구야 난 너 믿는다. 다음에도 좋은 주작 부탁한다.

-주작이든 뭐든 무서운 건 사실이다.

-진짜 귀신 봤네. 봉구르.

-솔직히 무섭다.

-이상한 얘기한 그 아재가 장난친 거 아니냐?

봉구가 도리질을 치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 제가 왜 3일이나 방송을 못했겠습니까? 카드지갑도 찾으러 못 갔습니다. 이제 그 근처에도 못갈 것 같습니다. 밤마다 꿈에 여자얼굴이 나옵니다. 제대로 잠도 못자고 있습니다. 전 귀신같은 거 진짜 안 믿는데 제가 귀신을 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야 씨 진짠가 보다.

-봉구야 닥쳐라 무섭다!

-봉구 방송 망했다.

-봉구야 재미없어 그만해!

-노잼이야 그만해!

“여러분이 믿든 말든 전 진짜 봤어요.”

-폐건물 뉴스 나온다.

-봉구야 TV켜봐라.

-봉구야 NNN뉴스 봐라.

-저거 맞지 그거?

-야 타이밍 죽인다!!!!

-레전드다! 이거! 봉구야 TV켜봐!

갑자기 올라온 채팅에 봉구는 얼른 컴퓨터로 검색을 했다. 시청자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뉴스화면엔 봉구가 들렀던 폐가가 나오고 있었고 막 앵커가 정리멘트를 하고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용의자의 신용카드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뭐지?’

뉴스를 본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마구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봉구가 갔던 폐가에서 여자의 변사체가 발견되었는데 성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고 둔기로 머리를 맞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봉구의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봉구는 그날 귀신이 아니라 진짜 사람을 본 것일지도 몰랐다. 그것도 죽어가는 사람 말이다.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놀라서 도망치지 않고 병원에 신고를 했다면 여자가 목숨을 건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봉구야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와 진짜 이거야말로 레전드다!

-봉구야 흉가체험 또 가자!

-근데 봉구야 너 카드지갑 떨궜다고 하지 않았냐?

시청자들의 말에 마지막 뉴스멘트가 봉구의 뇌리를 스쳤다.

‘씨발 좆됐다.’

띵동- 쾅쾅!

“김태준씨? 안에 계십니까?”

“김태준씨?”

-김태준?

-김태준 봉구 본명이다!ㅋㅋㅋㅋㅋ경찰 왔다!

-ㅋㅋㅋㅋㅋㅋㅋ대박대박

-레전드!!!!!!

-봉구야 방송 끄지 마라!

-ㅋㅋㅋㅋ대박이다!!!!!

-봉구야 방송 켜놔라! 마이크만이라도 켜놔라!

-마이크만! 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 레전드 예감!!!

“에라이 미친새끼들아!”

봉구는 바로 방송을 끄고 현관문으로 나갔다.

“누구세요?”

“네. 김태준씨 맞죠? 경찰에서 나왔습니다.”

설마 했는데 놀랍게도 진짜 경찰이었다. 봉구는 얼른 문을 열어주었다. 찾아온 경찰은 두 사람이었다. 봉구는 꾸벅 목례를 하고 경찰을 집 안으로 안내했다. 봉구가 홀로 자취를 하는 원룸은 방송을 시작한 뒤 물부터 시작해서 밀가루며 간장에 콜라, 온갖 것들이 바닥에 뿌려졌던 터라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그나마 3일간 방송을 쉬면서 조금 청소를 해두어 앉을 공간은 확보할 수 있었다.

봉구는 작은 상을 가운데 두고 경찰 둘과 마주 앉았다. 둘 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왼쪽에 앉은 경찰은 안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안경을 쓴 쪽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전 00경찰서에서 나온 김경준 경사라고 합니다. 이쪽은 임현철 경사고요.”

“아 네.”

“혹시 뉴스 보셨습니까?”

“네 무슨?”

“여성 변사체가 발견된 뉴스요.”

“네 봤습니다.”

경준이 현철에게 눈짓을 하자 현철이 품 안에서 사진을 한 장 꺼냈다.

“혹시 이 사람 아십니까?”

사진엔 젊은 여자가 하나 찍혀 있었는데 작은 체구에 귀여운 얼굴을 가진 여자였다. 봉구가 그런 여자를 알리가 없었다.

“글쎄요.”

“자세히 한 번 보세요.”

현철이 사진을 앞으로 쭉 내밀자 봉구의 바로 눈앞에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봉구는 그 여자의 얼굴을 처음 본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분명 많이 다르긴 했지만 입술 아래 난 작은 점을 보자 봉구는 폐건물에서 본 귀신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네..... 저 그 글쎄요....에..”

봉구가 더듬거리자 경준의 눈이 번뜩였다.

“그저께 XX국도변 건물에서 시체가 발견됐습니다.”

봉구는 아무 말도 없이 듣고만 있었다.

“혹시 그 건물에 들른 적이 있으신가요?”

“아.... 어..... 그러니까.....”

“이봐요. 김태준씨.”

“네.”

경준이 품속에서 카드지갑을 꺼내들었다. 봉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거 김태준씨꺼 맞죠?”

“네.”

“저희가 이 카드지갑 어디서 가져왔는지 알죠?”

더 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봉구가 천천히 이야길 시작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인터넷 개인방송과 흉가체험, 폐건물에 갔던 일에 대해 말했다. 물론 여자를 마주쳤다는 이야기 따위는 하지 않았다. 너무 어둡고 무서워서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4층까지 뛰듯이 올라갔다가 내려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봉구의 구구절절한 설명이 이어지면서 경준과 현철은 이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경준이 말했다.

“뭐 저희도 범인이 이런 걸 떨어트리고 다니리라곤 생각 안했습니다. 그때 뭐 이상하거나 근처에서 수상한 사람을 보진 못하셨나요?”

“글쎄요......”

몇 번 비슷한 질문과 답이 이어졌지만 사실 봉구는 방송을 위해 폐건물에 들어갔다가 귀신을 보고 혼비백산 도망을 쳤을 뿐이다. 딱히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마침내 경찰도 봉구에게 어떠한 용의점이나 도움이 될 만한 증언을 받아낼 수 없다는 사실에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막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려는 경찰에게 봉구가 문득 뭔가 떠올랐다는 듯 경찰에게 물었다.

“저 그날 제가 경찰에 신고를 했으면 그 여자 분을 살릴 수도 있었던 거 아닌가요?”

현철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

“아니요. 그럴 일은 없었을 겁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니 왜죠? 병원에 연락을 했다면.........”

“태준 아니 봉구씨 3일 전에 방문했다고 했죠?”

“네.”

“부검결과 사망시간은 5일 전이에요. 5일 전에 이미 죽어있는 사체를 폐건물에 유기한 거죠. 계단으로 질질 끌고 올라갔는지 피해자 머리칼이랑 혈흔도 떨어져 있었고, 처음엔 3층에 있는 장롱에 유기하려다가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한 층 더 올라가서 4층에 있는 화장실 욕조 안에 유기했어요. 그나마 봉구씨가 시체나 혈흔을 보지 못했다니 오히려 다행이네요.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으니까. 보통사람들은 그런 변사체를 보면 트라우마가 심해서요. 이 일은 그냥 잊으세요. 그럼 방송 열심히 하시고, 안녕히 계세요.”

봉구가 뭐라 답을 하기도 전에 현관문이 경찰이 집을 빠져나가고 현관문이 쿵 소릴 내며 닫혔다. 봉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등은 어느새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봉구는 또 악몽을 꿀 것 같았다. 한동안 방송을 접고 부모님 댁에 내려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