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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폴라의 시계와 문명 메모

이탈리아의 역사학자 카를라 치폴라는 경제와 역사, 유럽과 아시아, 미시사와 거시사를 넘나드는 연구로 유명하다. 그의 1967년작 "시계와 문명"은 그의 연구 특징을 시계를 소재로 모두 담고 있다.
먼저 경제와 역사 측면에서는 중세 도시의 성장과 함께 응용역학의 발전과 함께 기계문명의 태동, 길드의 성장을 토대로 한 자치도시의 형성 등을 다룬다. 그리고 시계 제작의 시작과 시계산업의 특징, 뒤늦은 길드 형성과 함께, 16C중반 프랑스의 종교박해로 시계공들이 제네바와 런던으로 이주하여 시계산업의 중심지가 바뀌는, 즉 산업과 정치/종교적 사건과의 상호작용의 모습도 설명한다.
유럽과 아시아 관점에서는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과 개척 이후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가 연결된 무역의 흐름부터, 상품 생산력이 앞선던 동양이 서양으로부터 수입하는 예외적 상품들 중 하나로서 시계에 얽인 역사를 소개한다. 중국에서 서양과는 달리 실용적 활용보다는 선물로 인기있는 사치품 또는 기호품 정도로 인식했음과 함께, 중국이 일본에 비해 시계나 총포 제작이 늦었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중국과 일본의 근대화의 특성까지 설명한다.
그리고, 시계라는 구체적 제품을 통해 서양의 경제, 도시의 발전을 다루고, 동서양 무역, 동양 내 국가간 차이를 다루는 등 미시사와 거시사를 넘나드는 연구의 특성을 보여준다.
치폴라는 시계라는 상품만큼 책의 분량은 짧지만, 그만큼 강렬하게 중세의 발전과 동서양 비교를 미시적 분석과 거시적 분석을 어울어 잘 풀어냈다. 그렇다고, 이 책 쪽수 150페이지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다고까지는 기대하진 말자. 이렇게도 역사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의미가 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