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저자의 소설 그 여자네 집을 읽고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중 6권에 해당되는 책으로써 그녀의 글들 중 후반기에 속하는 작품들을 모아둔 것이다. 박완서의 글은 고등학교 때 '엄마의 말뚝'을 조별 과제로 공부했기에 더욱 친숙한 것이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글들이 대부분이기에 우리네 어머니들과 할머니들, 혹은 옆집 아주머니의 이야기 쯤으로 생각하며 읽는 맛이 있다.
이 책에서 단연 최고로 꼽고 싶은 글은 '그 여자네 집'이다. 사실 '그 여자네 집'을 소장하고 싶어서 이 책을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글은 고1 국어 교과서에서 처음 접했는데 그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학원에서 예습 삼아 공부할 때라서 심드렁하게 글을 읽어 내려갔는데 순식간에 글에 빨려 들어갔다. 한 마디로 내 스타일의 글이었는데, '부엌에서 더운 점심을 짓느라 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따뜻한 가을날' 과 같이 시적이고 가슴 아늑해지는 구절들이 책 곳곳에서 나를 사로잡았다. 예를 들어 이 장면은 푸른 하늘, 어머니의 따뜻한 흰 밥, 초가집에서 나온 연기가 시린 가을 하늘에 서서히 흩어지는 장면, 이런 것들을 연상시키며 나를 한껏 감성적으로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소설 마지막에서 장만득은 당한 자의 한과 함께 면한 자의 분노를 언급한다. 책에서 표현된 그의 말들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면 그가 곱단이를 하나의 옛 추억으로 돌리고 나라 전체의 한을 얘기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다르게 이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당한 자는 억울하게 징병에 끌려간 만득이 자기 자신, 면한 자는 원치 않은 남자와 결혼해 정신대행은 면한 곱단이. 문제를 확대시켜 해석하는 듯 하지만 결국 그가 가리킨 것은 자신과 곱단이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아닐까.
'그 여자네 집' 뿐만 아니라 '마른 꽃' 또한 인상적이었다. 나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중년 이상의 남녀 간 로맨스를 상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새로운 이성을 바라볼 때의 심정 또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왠지 그들의 마음에 '가슴 뛰는 사랑'이란 감정은 식어버린, 젊은 날에나 가지는 느낌 정도로 여겨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며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에게도 눈 마주치기 부끄러운 수줍음과 뒷모습만 바라봐도 가슴이 두근대는 사랑의 감정이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가 '마른 꽃'에는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순간이 설렐만큼 잘 표현되어 있다.
한 줄 감상평 : 마치 옆집 아주머니가 풀어내주는 듯한 따뜻하고도 때로는 가슴 먹먹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